송정 바다를 잔뜩 느끼며 이 순간을 기억할, 차와 한과가 맛있는 수월경화(물에 비친 달, 거울에 비친 꽃) 💡 갖지 못하는 그 눈물 나게 아름다운 것들을 기약하며!

언제부턴가 꼭 가보고 싶었던 카페가 해운대 송정에 있었다.
가보고 싶었는데 가기엔 애매했던 그런 곳이 하나쯤은 다 있지 않나? 나에겐 수월경화가 딱 그런 곳이었다.
바람 쐬러 자주 가지만 오랜 시간을 사용하지는 못 하는 곳에 있는 가게.

 

4층은 카페이고 3층은 프라이빗 다과회를 하는 곳인데, 사실 3층의 일부도 카페 손님이 사용할 수 있다.
수월경화의 뜻은 '물에 비친 달, 거울에 비친 꽃'인데, 사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. 음 ~ 참 뜻이 예쁘구나 하고 넘어갔음. 😄

2층은 베트남 음식점이었고, 거기서부터 계단을 한 층 더 올라가야 수월경화 다과회 장소가 나온다. 
나름 포토존일 것 같은 거울은 지나쳐 4층으로 올라가면 메뉴판을 받을 수 있다.

메뉴판을 받아 3층으로 다시 내려와서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. 
3층은 테이블식도 있고 좌식도 있다. 
도실우롱이라고 하는 걸 마셔보고 싶었는데, 웬걸. 솔드아웃이랜다. 역시 맛있는 걸 알아보는 능력이 있긴 한가 봐.
호지가배(7,500원)와 수정과(7,000원), 수월경화의 시그니처인 달보드레 상자(13,000원)를 주문했다.

송정바다가 너무 예쁘지 않은지?
송정바다와 한과와 전통음료(수정과), 서양가배(호지가배)의 만남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모르겠다. 🫧

달보드레 상자에는 흑미술빵, 인절미 꼬챙이, 가나슈 모나카, 통팥앙버터 모나카, 감태 명란 피낭시에가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. 
달보드레 명함과 호지가배의 명함이 너무 귀여워서 기분이 좋은 와중에 수정과에 동동 띄워져 있는 얼음도 귀여워.

💙 인절미 꼬챙이 : 단연 1등이다. 맛없없이다 이 친구는. 찹쌀떡+꿀+현미크래커(같은 것)의 조합인데 맛이 없을 리가 없지. BEST다.

💙 감태 명란 피낭시에 : 생각보다 감태랑 휘낭시에가 잘 어울렸다. 명란은.. 잘 느끼지 못한 거 같다. 그렇다고 명란의 향이 나지 않아서 아쉬움을 느꼈냐? 그건 또 아니다. 내가 볼 때 이 디저트 존재의 이유는 감태다. 

- 모나카 2인방 : 하나는 통팥이고 하나는 초콜릿 발로나 이보아르(?)로 만든 가나슈라는데 뭔가 둘 다 팥앙금 같은 맛이었는데.. 뒤늦게 하나는 초코라는 걸 알고 뭔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. 모나카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것 같았다. 짝꿍은 잘 먹었음. 하지만 나처럼 모나카 그 특유의 식감을 낯설어하는 사람은 당연히 이 디저트도 낯설 것임..

- 흑미술빵 : 보통 생각하는 흑미술빵이다. 흑미 술빵. 
 
처음 수월경화에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달보드레 상자를 주문할 텐데, 전혀 아깝지는 않다. 한 번씩은 시도해도 좋을 경험! 나와 입맛이 다른 사람은 좋아할 거고, 나랑 입맛이 비슷한 사람은 몇 가지만 좋아하겠지만 그래도 한 번 즈음은 먹어볼 만하다고 본다. 

🫧 가만히 송정바다를 보고, 송정바닷속에서 서핑을 하는 낯선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. '물에 비친 달, 거울에 비친 꽃', '시간의 미학을 간직한 곳'의 공통점은 내가 잡고 싶다고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지.
물에 비친 달을 내가 잡을 순 없고, 거울에 비친 꽃도 내 손으로 쥘 수 없지. 마찬가지로 시간 역시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둘 뿐 내가 멈추고 싶다고, 손으로 잡고 싶다고 잡을 수 없지.
원래 사람은 갖지 못하는 것에 열망이 있다고 했다. 열망인지 욕망인지.
갖지 못하는 그 눈물 나게 아름다운 것들을 기약하며! 🫧❤️‍🔥

화장실 갔더니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 내가 했던 생각이랑 비슷했던 거 같다. 사진을 찍어둘걸 그랬어. 화장실에서 손 씻다가 되게 감명받았는데, 지금은 기억이 안 나네.
한 번 더 방문할 이유가 생겼다.